3. 고려시대에 유럽보다 500년 빨랐던 ‘최초의 하이테크 발명품’ 4가지

한국사 속 과학기술의 찬란한 성취

고려시대의 과학기술은 세계 최고였다. 

고려시대의 과학기술을 언급하면, 많은 이들이 ‘중세의 느린 기술 발전’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은 전혀 다르다. 고려는 유럽보다 무려 500년 앞선 하이테크 문명을 구축한 과학 강국이었다. 금속활자와천문관측기기, 선박 기술, 약품 제조기술 등은 세계 최고였다. 다방면에서 ‘세계 최초’ 또는 ‘세계 최첨단’의 자리를 차지했다. 

고려시대의 과학기술은 단순한 성취가 아니었다. 고려 사회의 높은 학문성, 체계적 관료 시스템, 그리고 기술자를 우대하는 사회적 기반이 이루어낸 결과물이었다. 이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특히 세계사를 바꾸어 놓을 만큼 혁신적인 고려의 하이테크 발명품 네 가지를 선정했다. 그 기술적 구조와 시대적 의미, 오늘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치까지 짚어보고자 한다.



고려를 ‘기술 강국’으로 만든 네 가지 혁신

1.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 “구텐베르크보다 200년 앞선 기술혁명”

고려의 금속활자는 인류 문명 발전 속도를 근본적으로 끌어올린 기술이었다. 서양에서 금속활자가 등장한 것은 15세기 중반이다. 하지만 고려는 이미 1230년대에 금속활자를 실용화하며 ‘정보 대량 생산 시대’를 먼저 열었다. 금속을 주조하여 문자를 찍어내는 정교한 공정은 고도의 수학적·금속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국가의 문서 체계, 외교 문건, 불교 경전의 제작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활자 조판 시스템의 조직적 운영은 현대의 출판·콘텐츠 산업과 동일한 구조를 보여준다. 고려의 지식행정력이 얼마나 앞서 있었는지를 증명한다.

2. 천문관측기기 ‘앙부일구’의 시초적 체계 ― “시간을 읽은 과학문명”

많은 이들이 앙부일구를 조선의 발명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근간은 이미 고려에서 완성되고 있었다. 고려는 천문 관측을 국가 운영의 핵심 자원으로 삼았다. 해·달·별의 위치를 실측하여 역법을 정비했다. 이러한 정교한 관측 기술은 단순한 과학적 흥미가 아니었다. 농경 국가의 생산력, 군사적 정보, 조세 일정 등에 직결되는 국가적 기술 체계였다. 고려는 천문 데이터를 누적·정리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조선의 관측기기 발전을 가능하게 한 기초 과학 플랫폼을 마련하였다.

3. 거북선의 전(前) 단계 기술 ― “선체공학의 혁신은 고려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조선의 거북선이 유명하다. 하지만 그 기술적 전신은 고려의 선박 기술이었다. 고려는 해상 무역 강국으로서 선체 곡면 구조와 방수 공법을 발전시켰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배의 하중을 계산하고 목재 결구방식을 최적화한 기술은 당시 유럽보다 수 세기 앞섰다. 이는 정교한 구조역학적 사고 없이는 불가능한 성취였다. 고려 수군이 거란·여진·왜구와의 해전에서 뛰어난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선박 공학의 혁신’에 있었다.

4. 고려청자의 비색(翡色) 기술 ― “화학·재료공학이 만들어낸 세계 최고 품질”

예술품으로만 알려진 고려청자는 사실 당대 최첨단 재료공학의 집약체였다. 비취색을 구현하기 위해 고려 장인들은 철분 농도의 미세 조절, 산화-환원 조건의 정밀한 제어, 소성 온도의 단계별 관리 등 고도의 화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제작 과정을 체계화했다. 이 기술은 현대 공학에서도 쉽게 재현하기 어려운 정밀도로 평가된다. 고려의 장인들이 단순한 예술가가 아니었다. 과학자적 사고를 지닌 기술자였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다시 고려 과학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고려는 결코 ‘중세의 뒤처진 왕조’가 아니었다. 오히려 세계 기준에서 보면 혁신의 선두를 달린 기술 강국이었다. 금속활자·천문 관측·선박 공학·재료 기술에 이르기까지, 고려의 과학기술은 유럽보다 무려200~500년 앞서는 수준을 보였다.

우리가 이 성취를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자부심 때문이 아니다. 고려의 과학기술은 오늘날 기술 발전의 방향성―지식의 공유, 데이터의 체계화, 공학적 사고의 축적,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이미 천 년 가까이 앞서 실천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역사의 빛나는 성취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오늘의 창조성을 확장시키는 ‘미래의 자원’이다. 고려의 하이테크 발명품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혁신은 언제나 테크놀로지와 사람, 그리고 지식의 결집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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